처음 고추나무순을 만났을 때, 솔직히 고추나무인지 아닌지 전혀 몰랐습니다. 야산 허리춤에서 마주친 그 순이 고추 잎을 꼭 닮아 있어서 한참을 들여다봤던 기억이 납니다. 알고 보니 봄 산에서 화살나무순, 다래순을 차례로 거치고 나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 나물이었습니다. 쓴맛에 약한 저 같은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말에 반해, 그 이후로 봄마다 찾게 된 나물입니다.
봄 산에서 고추나무순을 만나는 법
제가 직접 산에서 찾아보니, 고추나무순은 야산 어디서나 흔하게 보이는 편이지만 막상 처음 찾으려 하면 눈에 잘 띄지 않았습니다. 결정적인 단서는 잎의 구조였습니다. 고추나무순의 잎은 우상복엽(羽狀複葉) 형태를 띠는데, 우상복엽이란 하나의 잎줄기 양옆으로 작은 잎들이 깃털 모양으로 나란히 배열된 구조를 말합니다. 한 잎줄기에 세 장의 잎이 붙어 있는 형태가 반복되어 전체적으로 고추 잎과 비슷한 실루엣을 만들어냅니다.
줄기 색도 구별에 도움이 됩니다. 다래순에 비해 좀 더 짙고 어두운 밤색 줄기에 회백색의 작은 점들이 박혀 있고, 나무가 자라면서 세로 방향으로 갈라진 홈들이 생겨납니다. 이 수피(樹皮)의 세로 균열 패턴, 즉 껍질이 갈라지는 방식을 보면 나무의 수령과 생장 상태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키는 높지 않고 덩굴성으로 자라기 때문에 골짜기 주변 낮은 관목림에서 주로 만나게 됩니다.
제 경험상 이 나물을 찾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꽃 알갱이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었습니다. 순이 올라오는 시기에 이미 꽃눈이 달려 있어서 다른 비슷한 식물들과 구별하기가 수월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꽃이 달리면 채취 시기가 지났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고추나무순은 꽃이 피어도 어린 부분을 골라 채취하면 꽃 향기까지 나물에 담을 수 있습니다. 이 점이 다른 봄나물과 확연히 다른 매력입니다.

고추나무순의 성분과 효능
제가 이 나물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건 맛 때문이 아니라 효능 이야기를 들으면서였습니다. 마른기침이 오래된 가족이 있어서 폐와 기관지에 좋다는 말이 귀에 확 꽂혔습니다. 고추나무순은 플라보노이드(Flavonoid) 계열의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플라보노이드란 식물이 자외선이나 외부 자극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천연 항산화 물질을 말합니다. 이 성분이 기관지 점막을 보호하고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고추나무순에는 이뇨 작용을 돕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뇨 작용이란 신장을 통해 체내 불필요한 수분과 노폐물을 소변으로 배출하는 과정을 뜻하는데, 이 기능이 원활해지면 부기를 줄이고 체내 순환을 개선하는 데 간접적인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한방에서는 고추나무 관련 식물을 어혈(瘀血)을 푸는 데 활용해 왔습니다. 어혈이란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특정 부위에 혈액이 정체된 상태를 가리키며, 산후조리나 타박상 이후에 자주 언급되는 개념입니다.
한국식품연구원에 따르면 봄철 산나물류는 겨우내 부족해진 비타민과 미네랄을 보충하는 데 효과적인 계절 식품으로 분류됩니다(출처: 한국식품연구원). 다만 민간에서 전해지는 효능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건강 관리의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정 질병의 치료 목적으로 과다 섭취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고추나무순의 주요 효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기관지 및 폐 점막 보호: 마른기침, 잔기침 완화에 도움
- 이뇨 작용: 체내 노폐물 배출 촉진, 부기 완화
- 어혈 개선: 혈액순환 보조, 산후 회복에 전통적으로 활용
- 항산화 작용: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세포 산화 스트레스 억제
고추나무순을 안전하게 채취하고 먹는 법
제가 처음 생으로 먹어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쓴맛이 강한 두릅이나 엄나무순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고추나무순의 순하고 고소한 맛이 낯설 정도였습니다. 독성이 없고 식감이 부드럽다 보니 생식(生食)이 가능한 몇 안 되는 나무나물 중 하나인데, 생식이란 익히지 않고 날것으로 섭취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이 경우 열에 의해 파괴되는 수용성 비타민을 그대로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산에서 채취할 때는 반드시 정확한 동정(同定)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동정이란 식물의 종을 정확히 식별하는 과정으로, 유사한 외형의 식물들 사이에서 먹을 수 있는 종과 없는 종을 구별하는 일을 말합니다. '세 장의 잎'이라는 특징만 보고 채취했다가는 독성 식물과 혼동할 위험이 있으므로, 회백색 점이 박힌 밤색 줄기와 수피의 세로 균열, 꽃눈의 형태까지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립수목원은 산나물 채취 시 전문가의 지도를 받거나 충분한 사전 학습 후 채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국립수목원).
활용법은 생각보다 폭넓습니다. 데쳐서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단하게 무치는 것이 가장 기본인데, 꽃이 달린 채로 데치면 은은한 꽃향기가 나물 전체에 배어들어 봄 느낌이 더 진해집니다. 대량으로 채취했을 때는 삶아서 건조한 뒤 묵나물로 보관해 두면 겨울에도 즐길 수 있습니다. 묵나물이란 제철에 채취한 나물을 말려두었다가 비수기에 불려 먹는 전통 저장 방식입니다.
결국 고추나무순의 진짜 매력은 문턱이 낮다는 점입니다. 쓴맛에 약한 사람도, 나물이 처음인 초보자도 크게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으면서, 기관지와 순환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봄 산행의 수확으로는 꽤 알찬 선택입니다. 다만 아무리 좋은 나물도 체질에 따라 반응이 다를 수 있으니, 처음 먹는 분이라면 소량씩 시작해서 몸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현명합니다.
봄이 짧다는 건 고추나무순을 채취해 보면 더 실감이 납니다. 며칠 사이로 순이 올라오고, 꽃이 피고, 잎이 굳어버립니다. 올봄에 산행 계획이 있다면, 줄기의 회백색 점과 세 장의 잎을 머릿속에 새겨두고 골짜기 주변을 한번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제 경험상 한 번 눈에 익히고 나면 그 이후로는 봄 산에서 유독 이 나물이 먼저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나 식물 동정 지도가 아닙니다. 건강 관련 섭취 판단은 전문가와 상담하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