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들판에서 발에 차이는 그 납작한 풀, 혹시 잡초라고 그냥 지나치셨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밭둑을 걸을 때마다 발밑에 납작 엎드린 채 보랏빛을 띠고 있는 식물을 보면서도 그저 이름 모를 잡초 정도로 흘려보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이 기침과 부종, 변비까지 다스리는 약초 꽃다지였습니다. 기관지가 약해 겨울마다 기침을 달고 사는 저로서는 조금 허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반가운 마음이 드는 식물입니다.

겨울나물 꽃다지, 왜 보랏빛을 띠는가
꽃다지는 두해살이 풀로, 십자화과(Brassicaceae)에 속합니다. 십자화과란 꽃잎이 열십자(十) 모양으로 네 장 배열되는 식물 분류군을 말하며, 냉이·무·배추가 모두 같은 과에 속합니다. 꽃 모양이나 열매 생김새가 냉이와 꽤 닮아 있는데, 차이라면 냉이는 흰 꽃, 꽃다지는 노란 꽃을 피운다는 점입니다. 제가 오랫동안 헷갈렸던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한겨울에 밭이나 양지바른 들판에 나가면 냉이와 함께 꽤 흔하게 마주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의 꽃다지는 녹색이 아니라 짙은 자줏빛을 띠고 있어서, 앉아서 찬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 색깔 변화는 단순한 외모가 아닙니다. 안토시아닌(anthocyanin) 색소가 증가하기 때문인데, 안토시아닌이란 강한 자외선이나 저온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식물이 세포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내는 자연 항산화 물질입니다. 쉽게 말해 추위에 맞서는 식물 특유의 방어 메커니즘입니다. 봄이 되면 기온이 오르면서 다시 녹색으로 돌아옵니다. 냉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생명력이 강해 한겨울에도 성장을 멈추지 않고, 이 추위 속에서 벌써 꽃망울까지 내밀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을 버티며 스스로 몸빛까지 바꾸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딘가 우리네 삶의 끈질긴 면이 겹쳐 보여서 마음이 짠해집니다.
나물로는 뿌리째 캐어 살짝 데친 뒤 참기름과 다진 마늘, 다진 파를 넣고 무쳐 먹거나, 참기름과 김을 넣어 비빔밥으로 먹으면 별미입니다. 된장국에 넣거나 달래 간장에 비빔밥으로 만들어도 잘 어울립니다. 식감이 보들보들하고 냉이와 비슷한 향이 나서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시장에서 사 온 봄나물과 비교해 자연에서 직접 캔 꽃다지는 향이 훨씬 진하게 살아 있었습니다.
꽃다지 나물로 활용할 때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뿌리째 캐어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다
-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쓴맛을 잡는다
- 참기름, 다진 마늘, 다진 파로 무치거나 된장·고추장에 버무린다
- 된장국에 넣을 경우 채 썬 고추를 함께 넣으면 풍미가 더 좋다
- 달래 간장에 비빔밥으로 만들어도 잘 어울린다
정력자와 하기작용, 약재로서의 꽃다지
꽃다지를 단순히 봄철 입맛 돋우는 나물 정도로만 알고 있다면, 씨앗 이야기를 들으면 생각이 달라질 것입니다. 꽃다지의 씨앗은 한방에서 정력자(葶藶子)라는 약재명으로 쓰입니다. 정력자란 두루미를 뜻하는 말로, 씨앗 모양이 두루미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일반적으로 연상하는 '정력'과는 전혀 다른 의미이니 오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력자의 핵심 효능은 하기 작용(下氣作用)과 이뇨 작용에 있습니다. 하기작용이란 몸 안에 위로 치솟은 기운, 즉 기침·천식·가래처럼 폐에서 올라오는 증상을 아래로 내려 앉히는 한방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 폐와 기도에 쌓인 과잉 기운을 안정시키는 효능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기관지가 약한 저로서는 이 부분이 특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방 문헌에 따르면 정력자는 폐 실증(肺實證)으로 인한 해수와 천식, 가래가 많고 가슴이 답답해 눕지 못하는 증상, 폐결핵, 폐농양, 삼출성 흉막염 등에 활용해 왔습니다. 삼출성 흉막염이란 흉막 사이에 액체가 비정상적으로 고이는 질환으로, 정력자의 강한 이뇨 작용이 이 과잉 체액을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원리입니다. 또한 심장의 수축력을 증가시키는 강심(强心) 효능이 보고되어 심장 쇠약증에도 활용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출처: 국가한의학정보원).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어두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꽃다지에는 히말린(himalin)이라는 매운맛 성분이 들어 있어 기침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꽃다지의 기본 약성이 찬 성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몸을 따뜻하게 해 준다"는 표현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히말린의 작용은 폐의 과도한 열을 식히고 기도를 안정시키는 방식이지, 몸 전체를 따뜻하게 만드는 것과는 다른 기전입니다. 일반적으로 '매운 것은 몸을 덥힌다'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생각에는 이 부분을 좀 더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정력자는 약성이 매우 강하고 성질이 차기 때문에, 몸이 허약하거나 기운이 없는 분이 전문가 상담 없이 다량으로 복용할 경우 오히려 기운을 깎아먹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심장 수축력을 높이는 효능은 그 자체로 강력한 작용인만큼, 특히 심장 질환이 있으신 분은 반드시 한의사 또는 의료 전문가와 상담한 뒤 복용 여부를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약용 식물의 과다 섭취 위험성에 대해 꾸준히 안내하고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봄이 오면 꽃다지를 직접 캐어 나물로 즐기는 것은 충분히 권할 만합니다. 다만 씨앗을 약재로 쓰는 것은 나물을 먹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접근입니다. 자연이 주는 선물을 제대로 누리려면, 어떻게 쓰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먼저입니다.
다가오는 봄, 들판에서 노란 꽃망울을 올린 꽃다지를 발견하면 이번에는 그냥 지나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뿌리째 캐서 살짝 데쳐 참기름에 무쳐 먹는 것만으로도 겨우내 움츠러든 입맛이 돌아올 것입니다. 약재로 활용할 생각이라면 반드시 전문가와 먼저 상의하시고, 나물로 즐기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면 충분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학습 내용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한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관련 결정은 반드시 전문 의료인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